2. 흡수 장애와 영양상태의 평가

(1) 흡수 장애
사람의 위장관은 거대한 장기로, 입을 통하여 섭취된 음식물이 위장관 속에서 소화액에 들어있는 각종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이렇게 분해된 영양소는 장 상피세포를 가로질러 혈액이나 림프액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체내에 흡수된다. 일반적으로 위장관 각각의 부위는 소화 과정 중 다른 역할을 맡게 되므로 염증이 생긴 부위와 수술력에 따라 각기 다른 증상과 흡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에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 어디든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소장과 대장에 병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되므로 소장을 침범한 크론병에서 일반적인 영양의 흡수장애가 발생하며, 소장의 부위에 따라 흡수되는 영양소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장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말단 회장에서는 지용성 비타민 A, D, E, K와 비타민B12, 그리고 담즙산이 흡수되어 재순환되는데, 말단 회장은 크론병의 호발 부위로써 이 부분에 염증이 심하거나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경우 지방의 흡수, 지용성 비타민의 부족, 골다공증, 혹은 비타민B12 부족에 의한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장에서도 수분과 전해질의 흡수가 일어나므로 궤양성 대장염과 대장에만 염증이 국한된 크론병에서도 탈수 및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반복적인 장 절제술로 인해 단장증후군이 발생한 경우 일부 미량 원소 뿐 아니라 단백질, 탄수화물 및 지방의 주요 영양소 부족이 발생하여 반복적인 정맥 영양 보조가 필요할
수 있다.
(2) 영양 상태의 평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영양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통일된 평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신체 측정 방법 및 의료 기기를 사용한 신체 측정 방법, 혈액을 통한 생화학 검사 결과, 그리고 영양 평가 도구를 이용한 측정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가장 간편한 영양 평가 방법으로 신장과 체중을 이용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BMI 18.5 미만을 저체중이라 하는데, 일반 인구에서 저체중의 비율이 2~4% 정도임을 고려할 때, 크론병 환자의 경우 저체중의 비율은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BMI의 저하가 실질적인 영양 불량 상태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 또한 윗 팔의 둘레를 측정하는 방법(mid-upper arm circumference) 및 삼두근의 피부 주름 두께를 측정하는 방법(triceps skin fold thickness), 근기능 평가를 위해 악력측정기를 이용하는 것이 간편한 영양 평가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측정 방법에는 일정한 정상 범위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므로 평소의 측정치와 비교하여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경우 영양 부족을 의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좀 더 객관적인 신체 계측을 위해 이중 에너지 방사선 측정법(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 DEXA)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영상을 토대로 신체 계측을 시행하여 지방량과 비지방량을 측정한 뒤 영양 평가에 활용하기도 하며, 신체전도저항측정기(bioelectrical impedance)를 이용하여 체성분 분석을 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방법으로 모든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영양 상태를 객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 방사선에 노출되는 등 침습성이 있고, 비교적 비용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영양 평가를 위해 시행할 수 있는 혈액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빈혈의 평가이다. 이를 위하여 일반 혈액 검사(complete blood count), 저장철(ferritin), 비타민B12와 엽산(folic acid)을 진단 당시 측정하고 3~6개월 간격으로 추적하여야 한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는 저알부민 혈증이 비교적 흔한데, 저알부민혈증은 영양 불량 지표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기도 하며 저알부민 혈증 자체가 영양 불량의 악화 요인 중 하나이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알부민의 측정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영양 평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추적검사가 추천되지는 않는다. 또한 최근에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미량원소 부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앞서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종합해 보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영양 상태 평가를 위해서는 한가지 방법만으로는 충분한 평가를 시행할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영양 지표를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영양 평가 도구(nutritional assessment tool)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보편화 되고 있다. 영양평가 도구로 환자의 주관적인 지표를 활용한 방법, 혈액 검사 등 객관적 수치를 기반으로 임상에서 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지표, 입원환자 및 중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등 다양한 도구가 개발되어 있다. 환자가 간편하게 자기 평가를 해볼 수 있는 MUST(malnutrition universal screening tool)는 다음과 같다.

위 MUST는 환자가 간편하게 평가해 볼 수 있는 도구로 이를 이용한 환자의 자가 평가가 의료인이 객관적으로 영양 평가를 하는 것과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 결과 확인되었다.
(3) 결론
염증성 장질환에서 환자의 영양 상태는 치료 반응 뿐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삶의 질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또한 환자 자신이 영양 균형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실생활에서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환자가 영양 평가 방법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 맞춤형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양 평가 방법이 계속 연구 중으로 향후 간편하고 확실한 영양 평가 방법이 개발되어 활발히 사용될 것을 기대한다.


출처: 염증성 장질환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