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면역 기전과 장내세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장의 만성적인 염증 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병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한가지 명확한 원인으로 발병이 설명되지는 않으나, 유전 위험인자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에서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인종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유병률,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이는 염증성 장질환 발현에 유전 위험인자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구에서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WAS, genome wide association studies)
결과 북부 인디언(north Indian)에서 3개의 HLA-independent risk loci를 찾았고, 이러한 유전 위험인자가 북부 인디언의 높은 질병 유병률,발병률을 설명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또한 인종별로 염증성 장질환 연관 유전자의 변이 빈도에도 차이가 있음을 증명한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민자 역학 연구, 인종 연구 외에도 친족 연구를 통한 가족 집적성 (familial aggregation)을 확인하고자 다양한 국가에서 연구가 진행되었고 염증성 장질환의 유전 위험인자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구에서는 국내보다 높은 가족력을 보고하고 있는데, 크론병 환자의 10% 이상에서 염증성 장질환 가족력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하지
만 국내 연구에는 서구에 비해 크론병의 가족력이 더 적게 보고되어 1.4~2.9%의 빈도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서구에 비해서 염증성 장질환의 병인에 유전 위험인자가 미치는 영향이 적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일차친족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평생 위험은 0.54%로, 부모에서 0.12%, 형제자매에서 0.79%, 자녀에서 1.43%이었다. 궤양성 대장염 또는 크론병 환자의 가까운 가족 중에 이들 질환을 가진 또 다른 환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족성 질환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질환이 유전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의 국내 발병률과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염증성
장질환 가족의 빈도를 4.8~5.1%로 보고한 2016년 국내 연구결과를 고려할 때 염증성 장질환 발병과 유전 위험인자에 대한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 역학 연구에서 나아가 염증성 장질환에 연관된 유전자를 찾기 위해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후보 유전자들이 발굴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과 임상 예후 예측, 나아가 치료 적용에 유전자 연구 결과들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국인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가족력의 빈도와 위험은 서구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증가하며 그 빈도도 증가하고 있고, 염증성 장질환에 연관된 다양한 유전자가 발견되고 있으므로 염증성 장질환의 병인에 있어 유전 위험인자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바탕으로 올바른 이해 및 접근이 필요하다.